모녀가 함께 다니는 민요 교실 — 3분 통화가 10분이 되기까지 | 장기동 민요학원
2026.09.25
📍 3줄 핵심 먼저 보기
🔹 통화 3분을 넘기기 힘들었던 30대 딸과 60대 엄마가 — 민요 수업을 매개로 다시 교감하게 되었습니다
🔹 나란히 앉아 같은 숨을 쉬고 서로의 장단에 맞춰 웃는 시간 이 세대 차이를 허물었습니다
🔹 돌아오는 차 안의 끊이지 않는 수다는 —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루틴이 되었습니다
💡 에디터 노트 (박준열 부원장)
이번 칼럼은 무뚝뚝했던 30대 직장인 딸이 60대 어머니와 함께 장기동 민요학원 김포국악원을 찾아오신 후, 우리 소리를 통해 모녀의 정을 되찾게 된 후기입니다.
📞 전화는 자주 하는데, 진짜 대화는 없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엄마는 김포에 살고 계십니다.
떨어져 지내다 보니 의무감에 주 2~3번 전화를 걸긴 하지만, 우리의 통화는 늘 이랬습니다.
"밥 먹었어?" / "응."
"별일 없지?" / "응."
3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명절이나 생신 때 만나 마주 앉아도 딱히 섞을 대화 주제가 없었습니다. 30대인 저의 세계와 60대인 엄마의 세계는 겹치는 부분이 거의 닳아 없어졌으니까요. 보는 TV 프로그램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랐기에, 모녀가 공통으로 즐길 만한 활동이 전무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국악에 관심이 있던 엄마가 조심스레 물어보셨습니다.
"김포 아트빌리지 한옥마을에 민요 수업이 있대. 주말에 같이 가볼래?"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먼저 무언가를 같이 하자고 제안하신 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별다른 기대 없이 따라나섰습니다.
🫁 나란히 앉아 엄마와 '같은 숨'을 쉬다
첫 수업 시간, 고즈넉한 한옥 마루에 엄마와 나란히 앉았습니다. 성악을 전공하셨다는 부원장님의 지도 아래 복식호흡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숨을 얕게 쉬지 말고 아랫배까지 묵직하게 내리세요."
지그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데, 바로 옆에서 엄마의 차분한 호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같은 타이밍에 깊은 숨을 들이쉬고,
같은 타이밍에 길게 내쉬는 그 동기화된 과정 자체가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송리결 원장님께서 구성진 아리랑 첫 소절을 뽑으셨습니다. 따라 부르는데, 제 귓가에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얹혀 들렸습니다. 쭈뼛거리는 저보다 훨씬 깊고 자연스러운 목소리였습니다.
"오, 엄마 생각보다 소리 엄청 잘 내는데?"
제 한마디에 엄마가 소녀처럼 활짝 웃으셨습니다. 건조한 전화 통화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었던, 참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의 진짜 웃음이었습니다.
장구 장단을 맞추는 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자꾸 엇박자를 내자 엄마가 이러시더군요.
"어휴, 넌 대체 누굴 닮아 박자를 그렇게 못 맞추니!"
한옥 공간 안이 저희 모녀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 돌아오는 차 안, 수다가 터졌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의 공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오늘 원장님이 부르신 그 노래 제목이 뭐였지?"
"엄마는 아까 그 부분 어떻게 꺾은 거야? 소리 진짜 예쁘더라."
"나는 아직 뱃심이 부족한가 봐."
"당연하지, 내가 너보다 폐활량이 훨씬 좋잖니!"
웃음 섞인 수다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3분이 채 안 되던 의무적인 통화가, 이제는 주중에도 10분을 훌쩍 넘깁니다.
"이번 주에 배운 가사가 기억이 안 나."
"나도 그래. 이번 일요일에 가서 다시 제대로 듣자."
드디어 우리 모녀에게 '공통의 화제' 가 생긴 것입니다. 민요라는 하나의 접점이, 벌어져 있던 모녀의 세계를 다시 포개어 놓았습니다.
💛 요즘 제가 주말을 기다리는 이유
고즈넉한 한옥 마루에 엄마와 나란히 앉아, 같은 숨을 들이마시고 같은 소리를 내뱉는 이 한 시간.
이것은 단순히 민요를 배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제 평생의 단짝인 엄마와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
생각보다 너무나 오랜만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백 배는 더 행복합니다.
운양동이나 인근에서 장기동 민요학원까지 가족과 함께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부모님과 나눌 대화가 줄어드셨다면, 함께 배워보는 건 어떠세요 😊
❓ 모녀·가족 국악 취미 자주 묻는 질문
Q. 엄마와 딸이 연령대가 다른데,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성인반은 나이와 노래 수준에 관계없이 가장 기본이 되는 '호흡'부터 다지기 때문에, 누구든 같은 출발선에서 편안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가족이 나란히 앉아 수강하시는 것을 오히려 추천합니다.
Q. 엄마는 잘하시는데 저는 초보라 수준 차이가 나면 어떡하죠?
민요는 악보를 보고 진도를 빼는 서양 음악과 달리, 선생님의 소리를 듣고 따라 부르는 구전심수 방식입니다. 각자의 호흡과 속도에 맞게 자연스럽게 체화되므로 수준 차이가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Q. 부모님만 등록하시고 저는 가끔 참여해도 될까요?
가능합니다. 다만 함께 다니실 때 가장 큰 시너지가 나므로, 여건이 되신다면 나란히 수강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문의 및 예약: 010-5948-1843

